또 다른 참사 막을 돌파구 찾아라… 2012년 2월 쿠웨이트전 최소한 비겨야 최종예선
입력 2011-11-16 21:22
한국 축구가 ‘베이루트 참사’를 당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너무 큰데다 조광래 감독의 작전도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인 한국은 15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에서 랭킹 146위인 레바논에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1대 2로 패배했다. 한국 축구는 이날 전술과 경기력, 경기 흐름 등 모든 측면에서 상대에 끌려 다니며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앞서 레바논(승점 10)을 제치고 1위를 간신히 유지한 한국(승점 10)은 내년 2월29일 홈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승점 8)와의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최소한 비겨야 최종 예선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 패배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 문제점은 해외파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박주영(아스널)-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기성용(셀틱)으로 이어지는 ‘양박-쌍용’의 라인을 앞세워 아시아 최강의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대표팀은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전에서 밀려난 해외파들의 심각한 경기력 저하도 발생했다. 대표팀 골잡이 박주영은 올 여름 AS모나코를 떠나 아스널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훈련량이 떨어졌고, 차세대 스트라이커 지동원(선덜랜드)도 소속팀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해 레바논 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감독은 국내파 위주로 레바논 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조 감독은 레바논 전에서 중앙수비수 홍정호(제주)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고 이용래(수원)는 왼쪽 풀백으로 세웠다. 또 공격진은 이근호(감바 오사카)를 정점으로 이승기(광주)-서정진(전북)을 좌우날개로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이근호와 서정진은 몇 차례 공격 기회를 엿봤지만 단 이틀 연습 후 실전에서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다 보니 계속 엇박자를 연출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16일 “레바논전에는 팀의 베테랑들이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며 중심축이 사라졌다”면서 “이번 패배를 통해 선수단 전부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쿠웨이트전에선 현재 부상에서 회복 중인 이청용(볼턴)까지 포함한 최정예 멤버를 앞세워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