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TPP 이어 남중국해 갈등

입력 2011-11-16 21:17

미국과 중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남중국해를 놓고도 대결 국면으로 가고 있다. 미국이 18일부터 이틀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의 해상안보 문제를 논의할 뜻을 분명히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5일 “해상안보 문제는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적절한 사안”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남중국해는 분명히 관심사”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 귀환’을 공언한 뒤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이에 대해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관련 국가들이 최종적으로 해결할 지혜와 능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동맹국들과 함께 평화적인 남중국해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아세안 동맹국들과 ‘남중국해 각국 행위선언’DOC)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에는 양자 간 해결방식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다시 한번 “남중국해의 해상안보 문제는 미국의 핵심 관심사”라며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의지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자국 방문에 맞춰 남중국해에서 분쟁 수역과 비분쟁 수역을 분명히 구분하는 ‘평화구역’을 설정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주장을 이미 거부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런 중국을 겨냥이라도 한 듯 16일 마닐라만에 정박한 USS 피츠제럴드 미 구축함에 올라 필리핀을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남중국해와 관련, 호주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을 놓고도 양국 간 공방이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 류 웨이민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캔버라 방문에 맞춰 16일 “미국이 호주와 군사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격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클린턴 장관이 “남중국해에서의 자유항행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과도 부합한다”고 선언하자 중국은 이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