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월가 시위 불꽃 꺼지나… 도심 거점 철거·공원 노숙 불법화로 동력 상실

입력 2011-11-16 18:40

반(反)월가 시위의 불꽃은 이제 사위어 갈 것인가.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 등 경제 불평등과 금융자본에 대한 저항 운동의 도심 거점이 사실상 모두 철거되고 노숙 시위도 불법화됨에 따라 이 운동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법원은 이날 반월가 시위대의 공원 내 야영을 금지한 뉴욕시 당국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이클 스톨만 판사는 판결문에서 “주코티 공원을 관리할 소유자의 의무·권리와 공원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다른 시민의 권리를 배제하면서까지 시위대가 텐트 및 기타 장비를 가지고 공원에 남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위대가 공원으로 돌아와 시위를 벌일 수는 있지만 텐트를 설치하는 등의 ‘점거’는 할 수 없게 됐다.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도우 맥애덤 교수는 “점거를 할 수 없게 되면 운동의 동력이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며 “시위의 초점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 조직자들은 점거 여부와 관계없이 시위가 다양한 이슈와 형식을 띠기 시작했고,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됐다며 운동이 이미 지리적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뉴욕시립대의 마리나 시트린 박사는 “사람들이 할렘과 브루클린 등 이미 각 지역의 문제들을 이슈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며 “(주코티 공원이 폐쇄되더라도) 시위의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경찰의 진압이 겨울이 닥쳐 한계에 달한 점거시위대에 전략을 바꿀 떳떳한 명분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클랜드시 도심에서 쫓겨난 시위대 1000여명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버클리대)로 밀려드는 과정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총기사고는 하스경영대학원에서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의 검문에 총을 꺼내던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댄 모글로프 버클리대 대변인은 이날 총기사고가 시위대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