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 SNS 장난 도 넘었다
입력 2011-11-16 18:18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명인의 사망설 등 루머와 괴담을 퍼뜨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생명을 농담으로 전락시킨 악성 루머가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이 도덕 불감증에 걸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오전 트위터에는 연예인 강호동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1보> 강호동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마치 긴급뉴스인 양 ‘1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숨진 채’를 ‘숨쉰 채’로 바꿔 희화했다.
하지만 강호동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 많은 네티즌이 이 글을 자신의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에 다시 올리면서 강호동 사망설은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기록됐다.
이달 들어 연예계와 재계 인사에 대한 사망설이 줄을 이었다. 지난 9일 오전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문이 인터넷 공간에 유포됐다. 소문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시작됐지만 SNS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14일에는 한 네티즌이 올린 ‘(속보) 톱스타 이효리 자택서 숨쉰 채 발견(1보)’이라는 짤막한 게시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15일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퍼졌다.
대다수 네티즌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가족과 지인들이 얼마나 놀랐겠느냐”며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정말 한심하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치가 떨리는 장난”이라며 “이젠 목숨마저 우습냐”고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은 “SNS의 부작용이나 폐해 쪽으로 몰아 통제하려는 속셈으로 누군가가 SNS를 괴담의 진원지로 만드는 것 같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SNS 사용자들이 영향력에 따른 책임감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번 소동은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현상과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파워트위터러가 되고 싶은 욕망에 일부 네티즌이 무리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문제를 떠나서라도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SNS 규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SNS의 기능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상습적으로 악성 루머를 유포시키는 사용자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심한 장난이 일더라도 소통의 공간을 규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트위터가 그 정도의 자정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승욱 김미나 진삼열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