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끝나기도 전에… 외국어 듣기평가 파일, 학원에 유출

입력 2011-11-16 18:06

2012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당일 대구의 한 고사장에서 시각장애인 수험생이 외국어영역에 응시하고 있던 시점에 외국어영역 시험지와 듣기평가 음원이 한 입시학원으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당국은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수능 시험지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수능 당일인 지난 10일 오후 4시40분쯤 대구의 한 입시학원이 고2 원생 500여명에게 실전 연습용으로 올해 수능 3교시 외국어영역 시험 문제지와 듣기평가 음원을 공개했다. 그 시간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은 외국어영역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응시시간은 일반 수험생의 1.7배로 외국어영역 시험시간은 오후 3시5분부터 오후 5시4분까지다. 시각장애인 수험생의 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문제지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교과부와 대구시교육청 조사 결과 시험지 관리교사가 이를 학원에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해당 교사가 외부에 유출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엄중히 처벌할 계획”이라며 “교사와 해당 학원 간 금품수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수능시험 문제지는 해당 영역 시험이 끝난 후 고사장 지정 게시판에만 공개한다. 외부로 공개되는 온라인 게시는 시각장애인 수험생까지 시험을 마친 뒤에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외국어영역 시험지가 외부에 공개되려면 오후 5시4분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 교사가 오프라인으로 문제지를 유출하면서 이보다 20분 정도 일찍 외국어영역 시험지가 학원에 유출된 것이다.

교과부는 문제 유출로 인한 부정행위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지만 미리 넘겨졌을 뿐 정답지는 시험이 끝난 오후 5시4분 이후에 공개됐다는 설명이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시각장애인 등 특수관리 대상 수험생의 시험시간이 일반 수험생보다 길다는 점을 감안해 수능 시험지와 답안지 공개 시점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 다르게 정했다. 그러나 시험장 감독 교사가 오프라인으로 문제지를 유출하면서 이런 방침이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수, 대구=최일영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