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버전으로 무대 오르는 연극 ‘십이야’… 연극계 셰익스피어 열풍

입력 2011-11-16 21:29


유독 ‘햄릿’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2011년 연극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로 마무리될 모양이다. ‘십이야’를 각양각색으로 해석한 연극 4편이 비슷한 시기 무대에 올려지고 ‘한여름밤의 꿈’,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아간다.

◇11월, 대세는 ‘십이야’=11월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희곡들 중에서는 ‘십이야’가 유독 눈에 띈다. 무려 4편이 올려지는데 ‘4편 4색’이라 할 만큼 저마다 다른 색깔이다.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에서 양정웅 연출의 ‘십이야’가 지난 11일 막이 올라 20일까지 공연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정서에서 한국적 색채가 가장 짙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관례대로 모두 남자배우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19∼20일 동교동 청년카톨릭회관에서 공연되는 시민극단 2010의 연극 ‘십이야’는 아마추어 배우들의 유료 공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반인 단원들이 극단 드림플레이의 작품을 보러 갔던 인연으로 드림플레이 대표인 김재엽 연출가가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출연 배우들은 세종문화회관의 시민연극교실 과정을 수료한 직장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17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공연될 예정인 강동아트센터의 기획연극 ‘십이야’는 원전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인다. 해설자가 있고 음악이 풍부한 무대가 특징이다. 16세기 관습에 다른 연출이다. 무대나 배우들의 의상 등은 모두 시대·공간적 배경에 충실하게 꾸며졌지만 해설자 역할을 맡은 배우는 현대 극단의 연출자인 양 행세한다. 일본 남성 극단 스튜디오라이프도 18∼19일 대학로에서 ‘십이야’를 공연한다.

유독 ‘십이야’가 많이 선택되는 이유는 뭘까. ‘크리스마스에서 열두 번째 밤’을 뜻하는 ‘십이야’의 시간 배경이 송년 분위기와 시기적으로 맞는다는 점을 우선 생각해볼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최찬호씨는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비극보다는 가벼운 희극인 ‘십이야’가 선택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재엽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십이야’는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이야기하는 젊은 작품”이라며 “대사가 코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통찰력 있고 현대적이다”라고 했다.

◇넘쳐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셰익스피어의 레퍼토리는 ‘십이야’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올 한 해는 유독 ‘햄릿’ 열풍이 거셌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극단 스튜디오라이프는 ‘십이야’를 공연한 뒤 잇따라 ‘한여름밤의 꿈’을 올린다. 연극무대 뒤편을 그린 장진 연출의 코믹 연극 ‘리턴 투 햄릿’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24∼27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나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햄릿’,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햄릿 프로젝트-뮤지컬 햄릿’은 비극이지만 희극이 더 많다. LG아트센터 이현정 팀장은 “연말엔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찾기 마련”이라며 “잘 알려진 고전, 그 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코미디나 ‘햄릿’이 쉽게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해외 극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