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현실로… 안팎서 ‘감원 태풍’
입력 2011-11-16 21:47
국내 산업계에 감원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내 경기가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년 신규 일자리마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자 근로자 및 구직 희망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금융권 등 전 산업계로 불어닥치는 감원 태풍=16일 금융투자업계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감원이 시작됐던 정보기술(IT), 항공업계뿐 아니라 최근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전 산업분야에서 본격적인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은행 등 은행권에서 시작된 ‘희망퇴직’ 바람이 내년 연봉협상을 앞둔 증권가로 서서히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원래 은행권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적고 연말이면 늘 희망퇴직 바람이 불었다”면서도 “특히 올해에는 지난 8월부터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퇴직자가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반기에만 7곳이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 업계에도 대대적인 인원 감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본격적인 인수·합병 과정에서 부실 정리 차원에서도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하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측에서 기존 업무에 익숙한 직원들을 무작정 해고하진 않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의 장기침체를 겪는 중소형 건설사들도 감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관계자는 “많은 건설사가 올해 희망퇴직을 이미 진행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원 추세는 세계적… 내년 일자리 더 줄 듯=연말을 앞두고 부는 감원 바람은 세계적인 추세다. 외신들에 따르면 해외 주요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감원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만명, 스위스 UBS는 3500명의 일자리를 줄인다고 밝혔다. JP모간도 1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LCD 업황의 악화를 겪는 IT업계의 감원 바람도 세계 공통적이다. 필립스는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85% 이상 급감하자 45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앞서 노키아는 올해 4월과 9월 각각 7000명과 3500명을 줄였었다.
경기침체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신규 일자리도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2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에서 경제성장세 둔화로 국내 신규 일자리가 올해 약 34만개 안팎에서 내년에는 20만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이후 수출증가세 둔화로 인해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자리 창출 흐름이 내년까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공공부문의 일자리도 올해만큼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원 맹경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