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기부문화 다시 일으키자… 유산 남기지 않기·교회 세금 자진 납부 등 참여 확대 목소리
입력 2011-11-16 17:57
“대한민국에 살다 보니 이렇게 눈물나는 때도 다 있네요. 종교는 탐닉하고 집착하는데 세상은 자기를 버리니까요. 참 희한한 세상입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재산 절반인 15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소감이다.
소위 ‘사회 1%’ 안에 드는 안 교수의 자기희생,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교회도 알게 모르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활발하게 실천해왔다. 안 교수의 선언을 계기로 잊혀졌거나 중단됐던 교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시 불 지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1980년대 중반, 최태섭 최창근 장로 등이 중심이 돼 ‘우리의 재산은 하나님의 소유로서 자녀들에게 남겨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사용한다’는 조그만 운동이 시작됐다. 이것은 교계를 넘어 사회 지도층 곳곳으로 누룩처럼 번져갔다. 이른바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이다.
91년엔 당시 김준곤·박진탁 목사가 ‘사랑 실천을 통한 생명 살리기’의 취지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잠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사회운동으로 확산돼 지금은 해외지부가 생길 만큼 성장했다. 지금도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장기기증에 참여하며 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게 운동본부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잠깐 사회적 관심을 끌다 중단된 교회세금 자진 납부, 목회자 사례비 5% 사회기부 운동도 얼마든지 고려해 볼 수 있다. 당시 여러 목회자들이 참여를 선언했지만 실천 없는 선언에 그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목회사회학) 교수는 “기부나 기증, 세금 자진 납부 등을 전도나 선교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목회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그렇게 할 때 사회는 물론 교인들조차 교회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역 내 조그만 기관이나 NGO에 교인들이나 재정을 보내는 것도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