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우량국 국채시장도 ‘휘청’
입력 2011-11-17 00:45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유럽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유로존 내 선진국 채권까지 속절없이 무너지는 데다 역내 은행들의 대출 축소로 동유럽 국가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본인을 경제장관으로 임명하는 초강수를 두며 부채 위기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새 내각 약발 ‘글쎄’=이날 총리직 지명을 공식 수락한 몬티 총리는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면담 후 자신이 새 정부에서 총리와 경제장관을 겸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데 있어 내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또 이탈리아 최대 상업은행 인테사 산파올로의 코라도 파세라 최고경영자(CEO)가 경제개발 및 기간산업부 장관을 맡아 성장 촉진 임무를 담당키로 했다. 새 내각은 정치인을 일절 배제하고 순수하게 각 분야 전문가들로만 구성됐다. 몬티 총리는 “새 내각 구성은 경제성장과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며 각오를 밝혔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다시 심리적 저항선인 7%를 넘어서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프랑스 ‘너마저’=역내 우량국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국채 금리도 연일 오름세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전날보다 0.02% 포인트 오른 3.70%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대비 스프레드(금리 차이)도 더 벌어지며,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5일 핀란드와 네덜란드 국채 금리도 전날 대비 0.17% 포인트, 0.1% 포인트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용등급 AAA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핀란드, 네덜란드까지 우려가 확산됐다”며 “유로존 국채 수요가 바닥을 쳤다”고 분석했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각각 2.33%, 2.30%를 기록했다. CDS 거래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최고점이다.
◇동유럽으로 위기 확산=서유럽 은행들이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줄이면서 동유럽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1일 헝가리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폴란드 은행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펀드매니저의 84%는 “유럽 경제가 앞으로 1년간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지역 성장 둔화 조짐도 뚜렷하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에 그쳤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