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재희] 人生 24시간 중 7시12분

입력 2011-11-16 17:42


얼마 전 정부는 10월 고용동향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실업률이 2.9%로 2002년 11월 이래 9년 만에 3% 아래로 떨어지고, 일자리 숫자도 작년 대비 50만1000개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우리 경제를 중추적으로 떠받쳐야 할 20∼29세 연령층의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고,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49만2000개가 늘었다. 젊은이의 취직이 어렵자 그들의 부모가 가계 유지를 위해 저임금 일터로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고용대박은 전혀 체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구직난 속 구인난’을 겪고 있다. 또 힘들게 채용한 인력도 아예 출근을 하지 않거나 출근한 지 며칠 안 돼 퇴사를 해서 애를 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구직난 속 구인난 중소기업

대학졸업자는 과거보다 크게 늘어났는데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소위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20대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해외연수며 학원이며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대기업의 일자리는 49만개가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4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청년 취업자들의 인식을 보면 안타깝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마치 취업전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청년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당장 좋아 보이고, 소득이 조금 높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을 좇아 대기업으로 취업하기만 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찾아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희망을 키우고 도전해나가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일을 두루두루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자신의 독자적인 업무를 빨리 맡을 수 있고 자신의 기획안을 실현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 자신이 기획한 일에 대한 성취감도 빨리 맛볼 수 있다. 아울러 자기 역량을 인정받기 쉬워 승진의 가능성도 훨씬 높다.

특히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회사에 몸을 담고 사장님이나 선배 사회인들이 어떤 문제에 봉착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지 미리 어깨 너머로 배워두는 것도 취업준비 학원에서는 절대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무조건 대기업 지망할 것인가

젊은이들이 무조건 대기업에만 입사하기를 희망하기보다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으로 출발해 지금에 이른 것처럼 자신이 다니고 있는 중소기업을 성장시키려는 의지가 강할 때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우리나라 경제도 발전하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하여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쯤 된다고 가정할 때, 대학을 스물넷에 졸업한다면 80세 중 24세는 24시간 중 아침 7시 12분,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시각이라고 한다. 우리 젊은이들은 진정한 꿈이 있다면 어느 곳에서라도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시행착오를 겪어도 될 인생의 24시간 중 7시 12분에 있다.

송재희(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