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구한 조건 내거는 민주당 강경파

입력 2011-11-16 17:45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후 3개월 이내에 재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일부 강경파 당 지도부가 재협상이 아닌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정도와 상식을 넘은 생떼 부리기다. 손 대표가 요구했던 재협상의 가능성을 대통령이 받아들였음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그동안 손 대표를 비롯해 강경파가 요구했던 것들이 받아들여졌음에도 그들은 ‘폐기’ 쪽으로 말을 바꿨다. 민주당은 손 대표 등 강경파 주도 아래 ‘ISD 재협상 양국 서면합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참으로 구차한 조건이다. 이처럼 구구한 조건을 달고 어깃장을 놓는 것은 국익보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얄팍한 정치적 셈법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하도록 유도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쯤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정치 모리배라고 비난을 받아도 싸다. 손 대표의 무리수는 최근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박근혜, 안철수씨 지지도의 8분의 1밖에 안 되는 자신의 지지도에 대한 초조감의 발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내 협상파들이 투표로 정하자고 함에도 공개 의총을 요구하는 것은 이른바 노동계나 재야 등이 불법시위나 파업 때 온건파의 이탈을 막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결국 손 대표가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다. 협상파인 김진표 원내대표가 진불구명 퇴불피죄(進不求名 退不避罪)를 말했다. 오직 전쟁에서 진격함과 물러남에 병사들의 목숨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FTA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국익이다.

손 대표는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다. 전쟁터에서 혼자만 살아남으려는 졸병같은 치졸한 행태를 보이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FTA 비준안을 동의해 줘야 한다. 민주당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의총에서 비밀투표로 당론을 정하라.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에 임하라. 그게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