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동가 아닌 서울시장 박원순 돼야 한다

입력 2011-11-16 17:43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등록금 인하 투쟁은 백날 해도 안 된다”며 “왜 등록금 철폐 투쟁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에서 열린 ‘21세기 리더의 자격’이란 특별 강의에서 “독일 스웨덴 핀란드는 등록금을 내지 않는데, 우리는 왜 내야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과 대학 측이 반목하는 가운데 나온 박 시장의 강의 내용은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 우선 등록금 철폐 투쟁을 촉구한 발언은 과격한 시민단체 대표가 학생들을 선동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1000만 서울시민을 아우르고 보듬어야 할 서울시장인지, 선동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시장이 언급한 유럽 선진국들과 우리나라를 아무 조건 없이 맞비교하는 것도 경제논리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한국이 20.7%인 반면 스웨덴은 34.8%에 달한다. 스웨덴은 조세부담률이 큰 만큼 우리보다 복지 혜택이 많은 것이다. 또 이들 국가의 경우 학력 차이에 따른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적어 대학진학률이 우리보다 낮은 편이다. 적성과 능력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려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등록금 철폐 투쟁을 들고나온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발상일 뿐이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자신의 정책도 강조했다. 지방 출신이 훨씬 많은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국고가 아닌 지방재정으로 지원하고, 대학 등록금이 고교보다 낮아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책을 버젓이 홍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박 시장 앞에는 시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시간을 쪼개 써도 부족할 만큼 막중한 자리에 있는 박 시장이 당선 전에 약속한 일정이라는 이유로 일과시간에 강의를 하러 간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