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희망의 동물원
입력 2011-11-16 17:39
며칠 전 몸무게 2000㎏이나 되는 검은코뿔소가 네 발목이 밧줄에 묶인 채 헬리콥터로 이송되는 사진이 신문에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극성스런 밀렵꾼들에게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검은코뿔소를 안전지대로 이송하는 장면이었다.
검은코뿔소가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코뿔소 뿔이 암과 신경통 치료 효능이 뛰어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코뿔소 뿔 가격은 중국 등지의 암시장에서 1㎏에 4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한몫 챙기려는 밀렵꾼들도 늘었다. 아프리카 대륙 코뿔소의 90% 이상이 서식하는 남아공에서는 아예 코뿔소 뿔을 제거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아(象牙)도 인기다. 코끼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보호받는 동물이다. 상아 역시 반출하거나 거래할 수 없다. 그러나 상아가 부(富)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상아를 구하기 위한 밀렵이 진행되면서 코끼리 개체 수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북극곰은 2008년 미국에 의해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북극곰 서식지가 줄어든 탓이다. 고릴라와 호랑이, 판다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동식물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이 지구에서 남획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제6차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포유류의 경우 통상 100만년에 두 종이 사라졌으나 최근 500년 사이에 80종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근거다. 대멸종은 생물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멸종 위기종을 구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는 이들이 희망이다.
이런 면에서 경기도 과천의 서울동물원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올해 서울동물원에서 새로 태어난 57종 222마리 중에는 사막여우와 백두산호랑이, 다람쥐원숭이 등 국제협약으로 보호받는 희귀동물이 20종 61마리 포함돼 있다고 한다. 특별 번식장을 운영하며 생식세포 냉동보관과 인공수정을 통해 토종동물과 멸종 위기동물을 복원하려는 서울동물원의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죽어가는 지구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일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