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회 방문 이후] “野 요구 다 들어줬는데…” 한나라, FTA 강행처리 수순 돌입
입력 2011-11-17 00:47
민주당이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를 방문해 제안한 ‘한·미 FTA 발효 후 ISD 재협상’ 안을 거부하면서 한나라당은 사실상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당 안팎에서 강행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야당과의 합의처리를 주장해 온 당내 협상파 입지는 그만큼 좁아졌다.
홍준표 대표는 여의도에서 당 소속 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로 만장일치 합의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러나 “강행처리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 발언에 대해 “국회법은 다수결을 의미하는 것이고 ‘처리한다’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에 오는 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주장이 많았다. 이경재 의원은 “이제 결단할 시기”라고 강조했고 김영선 의원은 “심사숙고해 결론으로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두 사람 다 친박근혜계 중진이다. 민주당에 표결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초당적으로 국민 앞에서 오로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협상파에서도 “이제는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이외에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한 협상파 의원은 “야당이 요구한 농업 분야 보완책은 정부를 설득해 다 들어줬고 ISD 문제도 대통령이 약속까지 했다”면서 “야당이 그것마저 거부하니 이제 협상할 카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면 예산안 심사가 파행을 빚을 수 있는 만큼 다음 달 2일 두 사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긴급모임을 갖고 당초 이날 열기로 했던 의총을 하루 연기했다.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만나 ISD 재협상 문제를 논의했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하지만 홍 대표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극적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다. 박정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국회 논의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 의회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도 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미 ISD 관련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할 틀이 마련돼 있고 대통령이 약속도 했다”며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더라도 국회에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 처리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용택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