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관, 한국 군수산업 뒤진다… 3大기관 요원들 무기 생산·수출 샅샅이 조사 중

입력 2011-11-16 21:48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 미국 3대 정보기관이 우리나라의 무기 생산과 해외 수출 과정에 대해 대규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관은 한국이 미 군사기밀에 속하는 기술을 도용하거나 복제해 무기를 생산한 뒤 해외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기관들이 총동원돼 우리 군수산업 전반을 조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CIA와 FBI, DIA 요원들 다수가 최근 한국으로 파견됐다”면서 “국산무기 생산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과 무기생산업체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그동안 국산화 기술로 제작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된 각종 무기들이 실제로는 미 군사기술을 복제해 변형만 가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산 무기가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무기 판매 때 우리 측과 맺은 기술 이전 금지 조항 등을 조사의 근거로 삼고 있다.

미 정보기관들은 국내뿐 아니라 한국산 무기를 구매한 국가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리 무기류 가운데 미 기술 도용 의혹이 있거나 제3국으로 수출 또는 기술 이전이 금지된 품목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 록히드마틴사와 공동 제작,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키로 한 최신형 고등훈련기 T-50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어뢰 ‘백상어’, 대잠수함 로켓 ‘홍상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자국 대형 방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 또는 한국 방산업체와 계약할 때 맺은 기술이전 목록과 이전 조건들을, CIA는 한국 무기를 수입한 국가와 해외업체들이 이전 받은 내용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DIA는 미군과 우리 군 당국 사이에 합의한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극비 방한한 로널드 버지스 DIA 국장이 한국군 수뇌부에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미 정보기관으로부터 조사받은 방산업체는 없으며 이 사안으로 협조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