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회 방문 이후] 美, “ISD 재협상 논의 가능”… MB 제안 화답 ‘정치적 배려’

입력 2011-11-16 18:35

미국이 15일(현지시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논의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3개월 내 미국에 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공식 답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FTA 상대국에 대한 일종의 배려이면서, 현재 한국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비준 절차가 보다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사실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은 원론적인 답변이긴 하다. 이미 지난달 30일 양국 통상장관이 합의한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는 ‘FTA 발효 이후 서비스·투자 영역에서 어느 한 쪽이 제기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물론 ISD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 당국자의 이번 답변은 ISD를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현재 한국 정부가 처한 입장을 상당히 감안한 ‘정치적 답변’이다. ISD와 관련된 공식 입장도 이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나오자마자 나타냄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최대한 의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이같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한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배려한 것 외에도, 자국의 정치·경제적 실리를 감안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한·미 FTA 미국 내 비준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비준이 안 돼 FTA가 미뤄진다면 재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한국 측 희망대로 ISD 문제를 협의할 수는 있지만, 개정까지 하는 것은 별도 문제다. 사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ISD를 어떻게 개정하자는 구체적 내용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가 없기 때문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비교적 쉽게 언급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ISD 재협상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면, 한·미 FTA 관련 사항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에서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를 내세우며 맞대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