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보여준 ‘MB정치’… FTA 정부 입장을 ‘대통령 말’로 전달해 소통 시도

입력 2011-11-16 18:16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게 거의 3년6개월”이라며 국정운영 스타일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도 9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나는 여의도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이런 이 대통령이 모처럼 ‘정치’를 했다. 15일 국회 방문은 여의도의 예상을 벗어났다. 사실상 처음 현안을 들고 스스로 찾아간 국회에서 야당 지도부와 80여분간 토론을 벌였다. 발언은 직설적이었고 제안은 참석자들이 예상했던 수위보다 높았다.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미국의 ‘지원사격’까지 나왔다.

청와대가 인정했듯 이 대통령 제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존 정부 입장을 ‘대통령의 말’로 다시 전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효과는 있었다. 선택은 야당 몫이 됐고 여당은 밀어붙일 부담이 줄었으며 국민은 대통령의 ‘행동’에 정부 입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새로울 것 없는 카드로 새 국면을 만들어내는 게 ‘정치’라면 이 대통령이 그걸 한 셈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10·26 재보선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난 민심을 달래려면 대통령이 무조건 국회에 찾아가야 한다. 이제 정치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로 찾아간 이 대통령에 대해 김 교수는 16일 “타이밍이 늦었지만 지금까지 너무 부족했던 소통 노력을 보여줬다. 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야당의 소통 부재 얘기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정치란 그런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간 건 한·미 FTA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고, 또 미국 정치권이 한·미 FTA를 처리하는 모습에서 느낀 바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 중 하나가 소통부재에 대한 지적임을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