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CIA 등 한국 군수산업 조사 왜… 美, 세계 무기시장 ‘한국 약진’에 긴장
입력 2011-11-16 18:17
미국이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 정부와 군에서는 미 3대 정보기관이 합동으로 우리 방산업체는 물론 한국산 무기 수입 국가들까지 조사를 벌이는 것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방위산업 관계자들은 미국이 한국의 무기 수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조사관들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분야가 수출 역점 품목으로 꼽고 있는 무기들이기 때문이다.
T-50 고등훈련기는 미 록히드마틴사와 우리나라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이미 인도네시아와 수출 계약을 맺었고 다른 국가와의 수출도 타진 중이다. 백상어와 홍상어는 미국 어뢰와 대잠수함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했지만 더 뛰어난 성능을 지녀 역시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이 국내에서 활용하는 것까지는 허용하겠지만 수출하는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무기 판매 시 기술이전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기술이전 품목 목록을 작성해 이전 가능 기술과 불가 대상을 나누고 기술이전을 허용하더라도 제3국 수출 금지 품목까지 따로 분류할 정도다. 수출 때 반드시 미 정부의 수출허가(E/L)를 받도록 해놓은 기술도 적지 않다. 만약 상대 국가가 이를 어길 경우 자국 무기의 수출계약을 파기하거나 추가계약을 하지 않는 등 제재를 가한다. 아예 미국산 무기 반출을 원천 봉쇄해 버리기도 한다.
이번 조사는 한국이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무기 수출시장의 몫을 떼어갈 수 있다는 미국 측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기술보호를 명분으로 우리 방산업체의 세계시장 진출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탄약 같은 단순 품목이나 팔아온 한국이 최신 기술 도입과 개발을 통해 훈련기와 함정, 잠수함 등 대형 무기 수출국으로 빠르게 약진하자 미국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미 국방부 조사단이 우리나라가 도입한 주력 전투기 F-15K의 센서 무단분해 여부를 조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방산업체들은 이 같은 미국 측 공세를 “방산 수출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여기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6일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는 주장을 믿고 수출을 추진하다 (미국) 기술을 도용한 게 드러나 국가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우리도 확실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