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첫발 디딘 20대 생계형 빚에 쪼들린다

입력 2011-11-16 18:27


원룸에 살고 있는 김모(28·여)씨는 지난 3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에서 두 차례 총 700만원을 대출받았다. 최근 재취업을 준비 중인 김씨는 은행 등에서 무직자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휴대전화 및 대출 연체금으로 인해 더 이상 대출이 어렵다는 대답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가 생활형 빚에 쪼들리고 있다. 20대가 생활비 마련이나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비중은 50대의 6∼8배에 이른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담보 및 신용대출을 받는 비중도 전 세대 중에 가장 높아 고금리에 따른 신용부실도 우려된다.

1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 작업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올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담보대출을 받은 비중이 30세 미만(가구주)은 16.8%로 50대(2.7%)의 6배 이상이다. 같은 목적의 신용대출 역시 20대 비중은 22.4%로 40대(17.1%), 50대(13.8%)를 크게 웃돌았다.

20대의 생활비 마련 목적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해(11.2%)보다 배 높아졌다. 30세 미만 가구주는 결혼하거나 집에서 홀로 사는 사람을 뜻하므로 통상 20대로 봐야 한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담보대출 목적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인 것도 20대가 16.3%로 타 연령대를 압도했다. 50대와 60대는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는 비중이 각각 2.1%, 1.6%에 불과하다. 신용대출의 경우 전월세 보증금 마련용이 20대가 무려 24.8%로 전체 용도별 중 1위를 차지했다.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20대 10명 중 4명은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 목적이었던 셈이다.

이외에 교육비 마련이 목적인 신용대출도 20대가 17.4%로 연령대별 1위였다. 이는 최근 급증한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가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대의 경우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큰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비중은 4.8%로 30대(0.5%)의 9배, 40·50대(각 0.3%)의 16배에 달한다. 대부업체 신용대출 비중도 20대가 1.4%로 가장 높다.

20대의 생활비 부채 증가는 자산 감소에 기인한 바 크다. 가구주가 20대인 가구의 금융자산은 평균 3912만원으로 지난해(4213만원)보다 7.7%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한 감소세다.

한은 관계자는 “사회 초년생인 20대가 부채에 시달리면 궁극적으로 가구의 자산건전성과 국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