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富… 사막이 잉태한 아라비안 보물 ‘카타르’
입력 2011-11-16 21:42
땅은 척박하지만 땅속은 기름진 나라, 열사의 땅이지만 돈이 많아 시원한 나라. 국토면적은 우리나라 경기도(1만1521㎢) 크기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소득(2009년 7만4423달러)으로 부러움의 대상인 나라는 중동의 카타르이다.
카타르는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독립한 40년 역사의 국가이지만 300년은 채취할 수 있는 900조㎥의 천연가스와 152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다. 한 여름 기온이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열사의 나라지만 막강한 국부를 앞세워 전 경기장에 에어컨을 가동하겠다는 깜짝 공약으로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해 또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타르는 인구 90만 명 중 카타르인은 20만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 다국적 ‘생활용병’들이 산업현장을 움직인다. 일하는 카타르인은 조직의 CEO 밖에 없다 할 정도로 하부조직은 외국인 근로자의 몫이다. 카타르 국민에겐 교육과 의료가 무상이고 수도료 전기료 등 일체의 세금도 없다. 평균 월급은 2000만원, 1년에 한번 정부에서 차량 교체비용을 지원해준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뜨거운 나라 왔다가 더 열 받고 갈 것 같다.
◇사막 사파리
수도 도하에서 남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40여분 달리면 사우디 접경지역인 인랜드(Inland)의 사막에 도착한다. 인랜드는 바다가 내륙 깊숙이 잠식한 지형으로 사막에서 잔잔한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사막 사파리에 나섰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운전기사의 분위기 띄우기 솜씨가 여간 아니다. 한국산 스마트폰 칭찬에 열을 올리더니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틀어주며 어깨춤을 덩실댄다. “이 친구 뭐야!” 하면서도 한류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드디어 사막에 도착했다. 낙타 대여섯 마리가 연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손님을 맞는다. 본격적인 사막 레이스를 위해 사륜구동차에 오른다.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듯 거친 모래파도를 토해내며 달리던 지프가 수십 미터 높이의 모래언덕을 만나자 롤러코스터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손잡이를 잡은 팔목이 뻐근할 정도로 광란의 질주를 거듭하는 사이 바다가 나타난다. 군데군데 무덤모양의 이름 모를 식물 군락지가 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사막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과 푸른 바다가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언덕 아래에는 숙식이 가능한 대형 텐트촌도 있다. 사막투어 후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이다.
◇도하 시티투어
도하 시내는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답게 최첨단 고층빌딩이 서로 키 자랑을 하고 있다. 월드컵 축구장이 들어서는 인공섬 공사가 한창이고 내년 1차 완공을 앞둔 도하 신공항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도시에 건설 중인 250여 채의 고급 빌라는 모두 외국 유명 인사나 연예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아직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인도 포함될지 관심사다. 시내엔 호수를 끼고 있는 이슬람 박물관이 눈길을 끈다. 2008년 완공한 이 건물은 웅장한 규모와 깔끔한 디자인으로 인해 도하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꼽힌다. 빌자지오 쇼핑몰은 웬만한 브랜드는 다 갖춰진 럭셔리 건물로 관광객이 즐겨 찾는 코스.
◇전통시장
도하의 전통시장도 한국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풍경이다. 히잡 등 전통의상을 비롯해 먹거리, 생필품 등 중동의 의식주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수십 종의 향신료와 카펫, 각종 골동품에서 독수리와 낙타까지 거래된다. 각국의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쇼핑을 즐긴다. 시장을 다 둘러봐도 딱히 구입할 물건을 찾지 못해 전통과자나 사려고 가게에 들르니 넉넉한 인심까지 듬뿍 얹어 준다.
도하(카타르)=글·사진 박철화기자 ch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