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Falling in Love with Baduk

입력 2011-11-16 17:31


‘바둑을 세계로’를 기치로 최근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손을 잡고 바둑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의 바둑 보급 사업이다.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은 38만6977가구에 93만9379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결혼하는 사람 중 10%가 다문화 가정이며, 이들의 자녀수는 이미 10만 명이 넘는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본다면 바둑계로써는 상당한 묘책을 발견한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본과 중국이 보급을 시작해 어느 정도 바둑이 알려져 있다. 늦었지만 한국기원도 바둑 보급을 위해 바둑센터를 만들고 프로기사들을 파견해 그 어느 때보다 바둑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재 또한 주로 일본서적이 번역된 것들이 많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영어로 된 책들을 많이 출간해 비교적 영어권 보급은 자리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영어권의 교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한국기원은 다문화 가정 바둑 보급과 동시에 ‘바둑에 빠지다(Falling in Love with Baduk)’라는 교재를 만들어 6개 국어(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몽골어)로 책을 출간했다. ‘1주일 만에 바둑 두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초심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바둑을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한국어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이번 다문화 가정 바둑보급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 제천, 인천, 순천 등 각 지역 다문화가정지원센터와 사회단체에서 다문화 가정 바둑교실을 열었다. 경제력으로 인한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걱정도 덜고, 아직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여성들이 바둑을 통해 소통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사회적으로도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배울 수 있어 안정감 있고 재미도 있어 교육효과도 증대되고 있다.

20여명이 모인 한 교실에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제는 해외바둑 보급을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김승준 9단이 문을 연 국제바둑아카데미(Blackie’s International Baduk Academy)에도 아르헨티나, 멕시코, 이스라엘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포항에서 열린 세계아마바둑 선수권대회에는 69개국이 참가했는데, 이제 비영어권지역까지 보급이 된다면 바둑의 세계화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 이제는 바둑이 하나의 공통어가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