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목회 현장-표고버섯 재배로 농촌 섬기는 ‘속초시민장로교회’] “농촌 살리고 선교 위해 뛸 겁니다”
입력 2011-11-16 17:50
작업복을 입은 성도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분주하다. 참나무 톱밥에 심어 놓은 균주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 자란 표고버섯은 따내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초겨울 늦은 오후에도 부지런히 손길을 놀렸다. 1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믿음표고버섯 영농법인조합 농장의 풍경이었다. 농장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들은 모두 문종복(62·사진) 목사가 담임하는 속초시민장로교회 성도다.
문 목사는 2000년 강원도 속초에 버섯 농장을 만들고 이 지역 농촌 사역에 뛰어들었다. 그는 강원도는 물론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등지에서 20여년간 농촌 사역을 해 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축산학과 농업자원개발학을 전공한 문 목사는 전공을 살려 농촌 선교와 농촌교회의 자립,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떠나가고만 있습니다. 이래서는 농촌에 미래가 없어요. 떠나는 농촌이 아니라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10년 넘도록 고심해 봤지만 방법은 귀농정책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문 목사가 영농법인조합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농촌에 기반이 없는 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 주면 귀농인들이 더 늘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현재 문 목사가 운영하는 영농법인조합에는 문 목사 가족 외 8가정이 함께하고 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공동체를 이뤘다. 이 공동체는 소규모 농촌교회가 자립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주고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공동체에 참여한 가정은 김처희(52) 집사 가족이었다. 2009년 8월 7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문 목사의 귀농 사역 보도 내용을 보고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김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피폐해졌던 삶이 귀농을 통해 점차 회복됐다”며 “신앙생활도 두터워졌고 선교에 대한 관심 또한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체를 이뤄 주일엔 교회를 섬기고 주중엔 농장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있다. 농장 곳곳에서는 찬양이 흘렀다.
문 목사의 사역이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었다. 5년이 넘도록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양계농장 설립을 계획했지만 양계는 판로를 뚫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생산량이 많으면 수익이 줄어드는 위험도 있었다. 그러다 찾은 것이 표고버섯이었다.
“매일 생산하고, 100% 팔 수 있고, 수익성도 높은 사업을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선교차 방문했던 중국에서 표고버섯 재배하는 것을 봤지요. 참나무 톱밥에 균주를 심어 표고버섯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오랜 기도 끝에 주신 응답이었지요.”
문 목사는 먼저 대기업에 다니던 20대 아들을 강원도로 불러들였다. “귀농자들과 함께 농촌 사역을 꿈꾸는 목사가 자식은 도시에서 살도록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기업 잘 다니던 녀석을 시골로 부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행히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줬고 금세 정착해 결혼까지 하게 됐죠.”
영농조합법인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해 마을 소득이 늘었다. 농장에 참여한 귀농자들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내려와 폐교 위기에 놓였던 초등학교가 살아났다. 도시 교회에서 훈련받은 이들이 귀농하면서 교회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교회 규모는 여전히 작지만 성도들의 신앙생활은 속이 꽉 찬 모습이라는 게 문 목사의 설명이다.
문 목사의 성공 사례는 농촌 사역을 꿈꾸는 다른 목회자들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 그는 농촌에 뛰어든 목회자들이 더 치열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에 비전을 품은 목회자들이 더 깨어 있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잠깐 지나가는 목회로는 농촌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사명감을 갖고 농촌을 섬겨야 합니다.”
문 목사는 농촌 사역에 뜻을 품은 목회자들과 팀을 꾸려 사역하고 있다. 일종의 품앗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다른 교회들과 협력해 서로 돕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전도 방법의 하나였다.
문 목사는 시·도별로 농촌이 자립할 수 있는 농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날마다 하나님의 지혜를 구합니다. 쉬운 일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기도 밖에는 성공할 방법이 없습니다. 인내하고 기도하면서 비전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목회 비전은 해외 선교에 있다. 지금도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의 농촌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해외 선교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는다. “먼저 우리나라 농촌이 살아나야 합니다. 농촌 선교를 통해 농촌교회도 얼마든지 선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작고 교인 수가 적어도 소명을 받고 이뤄나가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고성=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