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2 레바논에 패배…베이루트 대참사 길 잃은 한국축구

입력 2011-11-16 00:25

베이루트의 참사가 벌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5차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1대 2로 패했다. 한국은 승점 10(3승1무1패)으로 레바논과 승점이 같아졌지만 골득실 차에서 10골 앞서 B조 선두 자리를 힘겹게 지켰다. 한국은 이날 승리하면 그대로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뒤로 미루게 됐다.

당초 이날 경기는 한국의 낙승이 예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인 한국에 비해 레바논은 146위로 최약체 전력으로 분류됐을 뿐 아니라 3차 예선 1차전에서도 한국이 6대 0으로 대승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간판 스트라이커 박주영(아스널)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이근호(감바 오사카), 이승기(광주), 서정진(전북)을 공격수로 내세우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레바논은 전반 4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압바스 아트위가 낮게 깔아 찬 프리킥을 로다 안타르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한국 수비수를 맞고 다시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 볼을 놓치지 않고 알리 알 사디가 다시 슛을 날려 선제골을 뽑았다.

한국은 전반 18분 레바논 문전에서 헤딩슛을 하려던 이근호가 라메즈 다윱의 발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이를 골로 연결해 1-1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반 31분 구자철이 한국 페널티지역 안에서 마흐무드 엘 알리의 볼을 빼앗으려다 무릎으로 몸을 쳐 페널티킥을 내줬다. 결국 아트위가 실수없이 득점으로 연결, 한국은 1-2로 뒤진 채 전반을 끝냈다.

조광래 감독은 후반 들어 손흥민 대신 지동원(선덜랜드)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번번히 원활한 패스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0분에는 레바논 공격수 안타르의 헤딩슛이 한국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가슴 철렁한 상황이 나왔다.

한국은 후반 25분 홍정호를 빼고 윤빛가람을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후반 28분 이근호의 위력적인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은 회심의 크로스마저 레바논 골키퍼에 의해 저지되며 힘든 경기를 이어갔다. 인저리 타임 때 수비수 곽태휘(울산)가 공격에 가담해 골문 앞에서 레바논 골키퍼와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이마저도 상대 수비수의 발에 맞고 아웃됐다. 한국은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 3차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