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악홍수 계기 “수도 옮기자” 목소리
입력 2011-11-16 00:22
50년 만에 닥친 최악의 홍수를 계기로 태국의 수도를 이전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AF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태국 집권당인 푸어타이당 의원 20명은 15일(현지시간)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수도를 방콕에서 동·북부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안을 발의했다. 이 지역은 고지대가 많아 이번 홍수의 영향을 덜 받은 곳이다.
발의에 참여한 사타폰 마니라트 의원은 “푸어타이당 의원 19명과 나는 태국 수도를 옮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방콕은 매년 가라앉고 있으며 수도는 더 많은 자연재해와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홍수는 암울한 미래의 전조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해왔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습지대에 위치한 방콕이 점점 가라앉고 있어 미래에는 인구 1200만 도시인 방콕이 해수면 밑으로 잠기는 파국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 공장과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과도하게 지하수를 퍼왔다. 이 때문에 방콕의 지층이 허약해져 70년대 말부터 매년 10㎝씩 침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태국 정부가 지하수 개발을 통제해 현재 지반 침하속도는 개선됐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2050년이 되면 태국만(灣) 수위는 현재보다 19~2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AFP는 전했다. 바다 수위가 상승하면 태국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강의 수위 역시 상승하게 된다. 태국 주요 도시들은 태국만에서 30㎞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항상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2050년에는 지금보다 홍수 위험이 4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라롱콘대 기후변화 전문가인 아논드 스니드봉스는 “50년 안에 수도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면 방콕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홍수로 태국 전역에서는 최소 562명이 사망했으며 18조원이 넘는 경제손실을 입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