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은 이제 야당으로…” 압박
입력 2011-11-15 22:31
한나라당은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공이 야당으로 넘어갔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이 대통령이 “빈손으로 온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을 갖고 왔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ISD 재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은 민주당 협상파의 주장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문제 해결책을 던지고 야당의 수용을 요청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지만,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제안을) 했고, 또 임기 1년 이상 남은 분이니…”라며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기현 대변인도 “대통령이 책임지고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니 민주당이 적극 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 협상파와 손잡고 국회 합의 처리를 촉구해 왔던 쇄신파들도 환영을 표했다. 비준동의안의 정상적 처리를 주장하며 단식 중인 정태근 의원은 “물꼬를 터준 전향적인 제안”이라며 “대통령이 이 정도 약속했으니 여야가 정상적인 처리를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 처리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여당 내 협상파들은 민주당의 16일 의원총회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제안) 내용을 갖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원내에서 잘 협의하지 않겠느냐”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정 의원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건강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나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준동의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의총에서 대통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 지도부가 24일 본회의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할 만큼 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미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의 회동 전에 열린 홍 대표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는 23명의 중진 의원들이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당내 구주류 중심 의원모임 ‘민생토론방’도 조찬모임에서 국익을 위해 더 이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