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축구 일본 격파… 22년만에 평양서 경기

입력 2011-11-15 21:39

최종예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북한 축구 대표팀은 22년 만에 평양을 찾아온 일본 대표팀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윤정수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C조 예선 5차전에서 박남철(26·4.25체육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일본을 1대0으로 이겼다.

북한은 2승3패를 기록해 최종 예선 진출은 좌절됐지만 정치·외교적으로 앙숙인 일본을 완벽히 제압해 자존심을 살렸다.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한 일본은 첫 패배를 당해 3승1무1패가 됐다.

일본 대표팀이 북한에서 경기한 것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이 열린 1989년 이후 22년 만이다. 경기 시작 전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질 때 5만 명의 북한 관중이 집단으로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 한 면에서는 경기 내내 카드섹션이 펼쳐졌고, 다른 한 면에서는 홍람오각별기(인공기)가 휘날렸다. 북한은 전방에 해외파 정대세(27·보훔)와 박광룡(19·바젤)을 포진시키고 좌우 날개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측면을 침투하는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했다.

북한의 결승골은 후반 시작 5분 만에 터졌다. 중원에서 날아온 긴 종패스를 박광룡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헤딩으로 패스했고 박남철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재차 헤딩해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북한과 일본은 후반 한때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북한은 이 경기를 전 세계에 생중계로 송출했지만 정작 북한 내에서는 생중계되지 않았다.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