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신작 장편소설 ‘리투아니아 여인’ 펴내
입력 2011-11-15 19:06
“음악감독 박칼린을 떠올리게 한다고요 소설과 그녀의 삶 혼동되지 않기 바랍니다”
소설가 이문열(63·사진)씨가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감독 박칼린을 떠올리게 하는 신작 장편소설 ‘리투아니아 여인’(민음사)을 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늦겨울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였지요. 일행 다섯이 한 달의 잔치 같은 뮤지컬 관람 여행을 마치고 각기 일정에 따라 귀국하는데, 가장 오래 그 호텔에 남아 있게 된 우리 두 사람이 헤어지기 얼마 전 한방으로 짐을 몰아넣고 잡담을 하던 중 그녀의 추억담이 끼어들었던 거죠.”
‘명성황후’의 원작자이기도 한 이씨는 그러나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그녀가 갑자기 우리 사회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내게 묘한 부담이 되었다”면서 “이 소설과 ‘그녀’의 실제 삶이 혼동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소설은 공연연출가인 1인칭 화자가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십자가 언덕’을 찍은 사진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화자는 오래 전, 이 사진을 건네준 사람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듣기로 그 언덕에 처음 십자가가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저 나라 사람들이 폴란드 독립운동에 호응해서 일으켰던 반러시아 민중 봉기 이후라더군요.”(12쪽)
목소리의 주인공은 30년의 아득한 세월 저쪽 갈색 눈에 금발 머리를 땋아 내린 열한 살짜리 이국 소녀였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 금발 소녀 혜련을 처음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화자는 이후 음악감독이 된 혜련과 재회한 뒤, 연출가와 음악감독으로 인연을 이어간다. 혜련으로부터 외할머니 대부터 이어져온 리투아니아 외가의 이산(離散)에 얽힌 사연을 들으며 가슴 아파하는 화자는 혜련의 갑작스러운 결혼과 이혼에 충격을 받는다. 혜련은 최종 정착지로 선택한 뉴욕 브로드웨이로 떠나기에 앞서 화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시대에는 삶의 모든 국면이 유목화한다고. 특히 정착 문화가 헤게모니를 잡으면서 함께 정착화했던 예술은 이 시대가 되살려 낸 유목화의 전위가 되었다고. 저는 아직 제가 기명화되지 않은 곳에서 자유롭게 예술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266쪽)
경기도 이천에서 후배 작가들을 위한 ‘부악문원’을 운영하며 지내온 이씨는 “고향인 경북 영양에 지은 집에서 1년의 절반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후속작으로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김유신에 대한 소설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