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딸’ 구출 호소 美의회 울렸다… 신숙자씨 남편 오길남씨 국제의원연맹 총회서 증언

입력 2011-11-15 19:06

어린 두 딸의 사진을 들어 보이면서 오길남씨는 눈물을 흘렸다. 애절하다는 말도 그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하게 전달하지는 못하는 표현이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남편 오씨는 시종 애절한 목소리로 북한에 억류돼 있는 부인과 두 딸 혜원, 규원의 구출을 호소했다. 의회에서 열린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8차 총회에서였다. 오씨가 내보인 사진은 1985년 방북 이전 독일에서 찍었던 것으로, 두 딸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살아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도 더 살 이유가 없습니다. 정말 짐승의 꼴이라도, 뼈만 앙상해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면….”

살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그의 얼굴에는 부인과 두 딸을 두고 북한을 탈출했다는 회한과 후회가 가득했다. 오씨는 “고립무원의 가족이 흘릴 눈물을 내 손으로 닦아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의원연맹 총회에는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 캐나다 카메룬 폴란드 등 6개국에서 1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오씨의 미 의회 방문은 ‘통영의 딸’ 구출운동에 대한 미국과 국제적 관심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가족들의 생사 확인과, (살아 있다면) 송환 내지 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 달라는 것”이라고 방미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16일 국무부 인권 담당자들과 만나고, 18일에는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통영의 딸’ 구출운동을 위해 16만여명이 참여한 서명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가족들의 송환을 위한 집회도 갖는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인권 증진은 미국 정책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며 “북한인권 문제는 미·북 간 긴밀한 관계 수립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서명국으로서 탈북자를 북송하지 말고 이들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ICPNKR는 공동결의문을 통해 중국 정부에 탈북 어린이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했다. 또 유엔이 중국 내 탈북자 인권실태 조사를 위한 조정관을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 ICPNKR은 61개국 국회의원 200여명이 탈북자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 결성한 단체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신지호 홍일표 이은재, 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참석하고 미국에서는 IPCNKR 상임 공동의장인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과 프랭크 울프,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