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 방한

입력 2011-11-15 21:34

“오케스트라는 고가의 커다란 기기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듣는 게 중요하지요”

“저희는 굉장히 특별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든 곡마다 있는 고유한 소리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몸은 그대로 있고 매번 옷을 갈아입는다고 할까요.”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15일 서울 서초동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시종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음악과 연주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2005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내한한 그는 “음악에 심취해 듣고 있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이 좋다”며 “한국 관객은 ‘침묵의 깊이’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게 음악을 받아들입니다. 그런 건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래틀은 공연에 앞서 청소년들을 초청해 리허설을 공개했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고가의 커다란 기기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기기가 움직이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게 중요하지요.” 매주 토요일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서의 공연 리허설 때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초청해 음악을 들려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바이올리니스트 스탠리 도드는 베를린필이 2008년부터 시작한 인터넷 실황 중계에 대해서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말 많은 한국의 영재들이 세계에서 활동하며 인정받고 있습니다. 베를린필도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씨가 작곡한 현대음악을 공연할 계획이에요. 한국은 국가 규모에 비해 많은 음악영재와 음악가를 배출해냈다는 점에서 핀란드와 유사합니다.”

래틀과 베를린필은 이날 밤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1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 호소가와 토시오의 호른 협주곡 ‘꽃피는 순간’,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한 뒤 17일 출국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