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회 방문] ‘FTA 공’ 국회로 민주당의 선택은…

입력 2011-11-15 18:32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 방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왔다. 그동안 ISD 폐지를 주장해 왔던 민주당이 향후 어떤 입장을 택하느냐에 따라 FTA 비준동의안의 운명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익과 초당적 협력을 ‘키워드’로 내세워 설득에 나섰다.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할 도리를 다할 테니 국회 역시 정파를 떠나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였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이 ‘빈손으로 온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을 갖고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야당을 압박했다. 야당과의 협상에 앞장서 왔던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제안을 예상외라고 평가했다. 황 원내대표는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지만,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제안을) 했고, 또 임기 1년 이상 남은 분이니…”라며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회동 직후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손 대표는 ISD 조항이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란 뜻을 확실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민주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내 FTA 비준동의안 반대파들은 이 대통령의 제안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황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새벽 서로 합의했던 내용과 다를 바 없는데다, 이 안 자체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회의 결과를 전해들은 뒤 “민주당 의총에서 보이콧 됐던 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민주당이) 다시 이 안을 받아들인다면 야권 공조를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따라서 16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가 1차적인 고비가 될 전망이다. 힘을 얻고 있는 협상파 의원들이 의총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일정 부분 야당 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협상을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향후 사태를 지켜보고 24일 본회의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할 만큼 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의 회동 전에 열린 홍준표 대표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23명의 중진 의원들은 FTA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한나라당 구주류 중심 의원모임 ‘민생토론방’도 조찬모임에서 국익을 위해 더 이상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김나래 김원철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