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찰, 反월가시위 거점 주코티공원 전격 철거
입력 2011-11-16 00:21
전 세계적인 ‘반(反)월가 시위’의 불을 댕긴 미국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농성장이 2개월 만에 철거됐다.
반월가 시위대 수백명이 15일 오전 1시(현지시간) 시작된 경찰의 해산 작전으로 뉴욕 주코티 공원을 떠났다고 AFP가 보도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위생과 치안 문제로 일시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일단 주코티 공원을 청소한 뒤 시위대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텐트나 침낭 등을 소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원을 떠나지 않은 약 200명의 시위대는 경찰이 접근하자 “주코티 공원은 우리들의 것”이라고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일부 시위대는 팔을 서로 잡으며 “굴복하지 말라”고 저항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20분 내에 자리를 뜨지 않으면 모두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전 4시15분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시위대까지 해산하면서 경찰의 작전은 약 3시간 만에 종료됐다. 폴 브라운 뉴욕 경찰 대변인은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대 70여명을 체포했다”면서 “시위대가 텐트와 침낭을 갖고 오지 않는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경찰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17일 시작된 반월가 시위의 장기화로 시위 장소의 위생상태 악화와 범죄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시 당국은 농성장 폐쇄에 나섰다. 뉴욕 맨해튼 주민과 상인들은 지난 14일 장기화한 시위로 시위대의 소음 유발, 노상방뇨와 같은 행위들에 지쳤다면서 시위대에 항의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시위 초반부터 시는 공공보건과 안전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도 보장하겠다고 말해왔다”면서 “하지만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할 때는 전자가 우선한다”고 밝혔다.
주말을 지나면서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경찰당국이 반월가 시위대를 해산했다. 오클랜드에서는 14일 경찰이 시위대가 모인 시청 앞 광장을 봉쇄해 농성장에 있던 텐트 100여개를 철거하고 32명을 체포했다.
솔트레이크시티와 덴버, 포틀랜드, 오리건 지역에서도 지난 주말에 농성장이 폐쇄됐고,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의 기습적인 해산 움직임은 지난주 시위현장에서 3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반월가 시위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AFP는 분석했다.
하지만 시위대 측은 17일을 시위 돌입 2개월째를 기념하는 ‘행동의 날’로 정하고 지금까지 벌인 시위 중 가장 격렬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해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들은 월가를 폐쇄할 계획을 밝혔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