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케어’ 美대법원 심판대에… “위헌 여부 판단해달라” 요구로 재선 승부수 던져

입력 2011-11-15 21:28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 하나가 내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연방대법원은 14일(현지시간) 미 법무부의 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한 위헌 여부 제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건강보험개혁법의 생사가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진 것이다. 대법원 결정은 내년 6월 회기를 마치기 전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열기가 한창인 내년 상반기 안에 건강보험개혁법의 위헌과 관련된 대법원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과에 따라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법은 ‘오바마 케어(헬스 케어와 오바마의 조합어)’라 불릴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위헌 여부를 직접 판단하게 된 것은 백악관이 원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애틀랜타 항소법원은 건강보험법 중 ‘각 개인에 대해 건보상품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법무부는 백악관의 강력한 의견에 따라 항소법원 전원합의체에 항소하는 재심 절차를 생략하고, 대법원에 직접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내년 상반기 안에 대법원 판단을 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당시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발효 예정인 건강보험법은 향후 10년간 9400억 달러를 들여 무보험자 3200만명에게 보험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민 95%가 건강보험을 갖도록 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시대를 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는 공화당과 티파티 등 보수단체들은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건강보험법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이 법을 급진적 사회주의 실험이라고 깔아뭉개면서 주(州) 차원의 연방법령 시행 거부 운동을 벌이고, 지금까지 무려 26개 주에서 위헌 소송을 냈다. 신시내티 항소법원이나 워싱턴 항소법원에서는 합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보수 진영의 내년 대선 전략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이 건강보험법의 무력화다.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모든 개혁입법이나 정책은 바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헌 결정이 나면 개혁성과를 인정받고 다른 개혁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위헌 여부를 가리는 논란이 진행되면서 개혁적 진보진영의 결집도 도모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대선 승리 여부를 가름하는 승부수인 셈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