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비움과 채워짐

입력 2011-11-15 18:45


숲 그늘이 이제는 하늘이 보일 만큼 넓어졌습니다. 하늘빛을 숲 그늘로 초대하려는 모양입니다. 숲은 가을빛을 받아들여 하늘이 빚는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숲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을 발길이 닿는 곳에서부터 보게 됩니다.

가을빛은 숲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하나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 상처가 남습니다. 잃어버리면 빈자리가 됩니다. 하지만 숲은 그 빈 공간을 하늘빛으로 채우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 끝에서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이 떨어진다 해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떨어진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늘빛은 우리 영혼에도 들어오기 위해 빈 공간을 마련하나 봅니다. 우리 삶에 소중한 것들이 떨어지기도 하고 자랑했던 것들이 낙엽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우리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떨어진 그 빈자리에 하늘빛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는 영혼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으로 채워지는 인생이 되는가 봅니다.

배성식 목사(용인 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