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22)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카드 수수료 2%중 1%는 고객 서비스로 돌아가”
입력 2011-11-15 21:45
“또 다시 위기다.”
카드업계는 2003년 ‘대란’ 이후 대출 위주의 수익구조를 신용판매(일시불+할부) 위주로 재편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에서부터 올해 유럽 재정위기까지 연거푸 대외 악재가 터지면서 장밋빛 전망은 다시 잿빛이 됐다. 저신용자 부실 대출의 주범이자 ‘외상’ 판매 활성화로 인한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카드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단추는 거세게 불고 있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다. 지난달 19일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이러다간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고객의 혜택 축소로 가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라고 강요하면 카드 소비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어깃장’으로 읽혔다. 그를 15일 서울 내수동 KB국민카드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최 사장은 가맹점 수수료와 고객 서비스 간 상관관계에 대해 “포인트 적립이든, 할인이든 사실은 고객에 제공되는 서비스는 카드사가 아니라 가맹점이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가맹점들이 각자의 성격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 카드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다. 가맹점은 마케팅 효과를, 고객은 서비스를 받고 카드사는 이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카드가 소비를 조장한다고 하지만 결제 편리성 때문에 카드를 고객이 선택할 뿐”이라며 “기본적으로 카드 고객은 가맹점의 고객이며, 카드사 역시 이 과정에서 얻는 수수료는 대부분 카드 고객에게 돌려준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수수료 가운데 고객에게 돌려주는 혜택의 비중이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카드 사용액에 대해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할 경우 카드사가 1마일리지당 15원을 항공사에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 2%를 받아 1%는 고객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로 리스크 및 인력관리와 밴(VAN) 사업자(결제대리업체) 수수료를 내는데도 ‘폭리집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당장 급하게 수수료를 인하하자고 하면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는다”면서 “주주 가치를 훼손할수도, 고객 혜택을 줄일 수도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각 회사마다 입장이 달라 획일화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큰 틀에서 수수료 원가 체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체계가 구축되고 나면 점차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KB국민카드가 분사를 결정했을 때 소매금융의 ‘강자’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과열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었다. KB국민카드는 일단 8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하며 비교적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 사장은 “국민은행과 연계해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 시장) 공략에 성공했고 체크카드 등의 역점사업도 의도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계 부채는 부실 뇌관으로 잠복해있고, 대외 악재의 끝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려는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종합대책도 연말에 예정돼 있다. 최 사장은 “최근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당분간 어려운 시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일단 선제적 위험관리를 우선으로 삼고 카드론 등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우리은행과 농협의 카드사 분사도 추진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 사장은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 영업점을 활용한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풍부한 고객정보가 축적돼 있다”면서 “과당 경쟁을 펼치기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슈퍼스타K부터 해외 석학에 대한 평가까지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게재돼 있다. 최 사장은 “보고서 백번 만들어봤자 팀장급은 사장 얼굴 한번 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SNS를 통해 막내 직원도 쉽게 말을 걸어오고 바로바로 반응을 볼 수 있어 소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기의 사장은
△1956년 경남 진주 출생 △부산남고,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경희대 경영학 박사 △1999년 한국주택은행 영통지점장 △2007년 국민은행 개인영업본부장 △2010년 국민은행 전략그룹 이사부행장 △2011년 KB국민카드 사장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