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외 탈세는… 해외 유령회사 설립 등 갈수록 교묘
입력 2011-11-15 18:03
한국도 역외 탈루세금 추적에 예외는 아니다. 몇 달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선박왕’ ‘구리왕’ 세금 추징 사례에서 보듯 우리 정부 역시 역외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 등 대책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추징만 요란할 뿐 실제 징수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법적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수록 교묘해진다=국내외 160척이 넘는 선박을 보유한 시도상선 권혁 회장과 1조원대 거부인 카자흐스탄 구리왕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는 모두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 혐의로 각각 4101억원과 7000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제 거래를 통한 편법 대물림 수법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국내 법인을 운영하면서 변칙적인 국제 거래를 통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금 원천이 불투명한 자금을 조세피난처 등 해외에 예치해 놓고 해외 이자소득 등을 신고 누락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과세가 추진되자 재산을 해외에 숨기거나 해외 유령 업체 등을 활용해 변칙 상속·증여를 시도하는 등 부(富)의 대물림 행태가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외 탈세 금액이 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조세피난처로 순유입된 금액은 2006년 554억 달러에서 지난해 889억 달러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해외 법인 중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있는 해외 법인은 지난 5월 말 현재 167개로 1년 사이 26개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이 세운 전체 해외법인 수는 1942개로 130개가 늘었다. 신생 해외 법인 20%가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것이다.
◇칼끝 더 날카로워지나=이현동 국세청장은 지난 11일 간부회의에서 “국내에서 번 돈을 세금으로 안 내려는 사람도 문제지만 안에서 번 돈을 밖으로 빼돌려 세금 한푼 안 내는 사람이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역외 탈세 색출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국세청은 올해 역외 탈세액 추징 1조원을 목표로 상반기까지 87건을 조사해 6365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또 10억원 이상 해외 금융계좌 소지자에 대한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를 처음 도입해 시행 중인데, 국세청 한 관계자는 “해외 계좌 미신고자 중 추징 세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추징한 9760억원 중 징수액은 39%인 3838억원에 불과해 소문만 무성할 뿐 효과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비거주자 및 외국 법인 위장, 복수신분 활용 등 신종 유형에 대한 세원관리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과세당국 간 징수협조 확대, 출국규제, 국내 거래처 채권 압류 등 간접규제를 통한 징수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