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만 잘 팔아도 ‘신상’을 저렴하게… 나는 알뜰 멋쟁이
입력 2011-11-15 17:47
눈은 쇼윈도에 줄줄이 내걸린 ‘신상’으로 향하는데 가벼운 호주머니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때다.
넉넉지 않다고 해서 멋쟁이가 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몇 해 전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recession)’과 최신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인 ‘패셔니스타(fashionista)’를 합쳐 ‘리세셔니스타(Recessionista)’란 합성어를 만들었다. 종합포털 ‘네이버’의 국어사전에는 ‘할인제품이나 카피제품을 이용해 저렴한 예산으로도 유행에 민감하게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뜻풀이가 돼 있다. ‘알뜰한 멋쟁이’란 얘기다.
알뜰하면서도 멋스런 이들은 어디서 쇼핑을 할까? 패션 분야에서 알뜰한 멋쟁이로 소문난 이들의 쇼핑 노하우를 들어본다.
국내 1호 쇼핑칼럼니스트로 최근에는 컬처 미디에이터(문화 중계자)로 활동하고 있는 배정현(39)씨는 겨울옷은 주로 국내 브랜드 아웃렛과 대형백화점 변두리 지점에서 마련한다. 배씨는 “코트나 두툼한 정장 등 겨울옷은 믿을 만한 브랜드 제품을 마련하는 게 좋은데 정상가는 너무 비싸 주로 아웃렛이나 백화점 할인코너에서 쇼핑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지하철로 연결되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와 목동 아웃렛 매장의 단골. 그는 “아웃렛은 원하는 물건이 있다는 보장이 없어 헛걸음 할 수도 있다. 외곽지역 아웃렛까지 갔다가 맞는 옷이 없으면 시간과 교통비 낭비가 커 가까운 곳을 이용한다”고. 서울 창동 영등포 길동 등 외곽지역에 있는 대형백화점 매장의 ‘핫세일 코너’도 그가 즐겨 찾는 곳. 명동 압구정동 등 중심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재고상품 코너’가 많기 때문.
브랜드의 재고상품으로 멋쟁이 소리를 듣는다고? 물론 그것만으로는 어렵다. 배씨는 “20% 부족한 것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SPA(제조·유통 일괄화로 판매가를 낮춘 의류) 브랜드 제품으로 보충한다”고 나름의 비법을 밝혔다. 그는 ‘유니클로’ ‘H&M’ ‘자라’ ‘스파이시컬러’ 등 SPA 브랜드 매장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했다. SPA 브랜드들은 수시로 가격인하를 하고 있어 때만 잘 맞추면 정말 싼 값에 첨단유행 아이템을 건질 수 있단다.
‘패션 콘텐츠 디렉터’란 신조어를 만들어 활동 중인 김선아(30)씨는 해외 유명 명품으로 멋을 내는 스타일. 그런 그가 어떻게 알뜰 멋쟁이냐고? 김씨는 “정가를 다 주고 산 옷은 거의 없다. ‘세일 70%’쯤 돼야 지갑을 열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수입명품만 취급하는 아웃렛 중에서도 강남에 자리한 곳을 주로 찾는다.
세계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10꼬르소꼬모’의 재고 의류, 액세서리, 구두 등을 판매하는 ‘일모아울렛’이나 ‘바네사브루노’ ‘이자벨 마랑’ 등 LG패션이 수입 판매하는 의류를 취급하는 ‘라움’, 그리고 ‘마틴 마르지엘라6’ ‘아크네’ 등 유럽과 일본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에크루아울렛’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다.
‘드리스 반 노튼’ ‘스텔라 맥카트니’ 등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매입한 상품을 다루는 ‘블러스’나 ‘랑방’ ‘지방시’ 등을 취급하는 멀티숍 무이의 아울렛 ‘스페이스 M’은 청담동 도산공원 부근에 있다. 김씨는 “수입명품 아웃렛은 저평가 기대주를 발굴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고급소재를 고르면 후회할 일이 없다고 했다.
20대부터 패션 현장에서 활동해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서울패션센터 브랜드육성사업팀 최미미(44) 과장은 “쇼핑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반품이 자유로워 얼마 전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즐겨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경로 단축과 매장 유지비용이 없는 만큼 값이 싸다고. 그는 “쇼핑몰은 포인트 적립제를 운영하므로 한두 곳을 집중공략하면 통 큰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단골 쇼핑몰은 검정색의 심플한 디자인을 주로 취급하는 ‘블랙항아리’와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패션플러스’ ‘하프클럽닷컴’ 등이다. 최 과장은 “옷의 상세 사이즈와 디자인을 꼼꼼히 살펴 본 다음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점검해봐야 실패율이 낮다”고 귀띔했다. 물론 색상이 화면과 다르거나, 입었을 때 잘 어울리지 않으면 반품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