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시티 오브 갓

입력 2011-11-15 17:47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등 불후의 캐릭터를 창조한 월트 디즈니가 194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우호의 표시로 각각 멕시코와 브라질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솜브레로를 쓴 수탉 판치토 피스톨레스와 시가를 입에 문 앵무새 조제 카리오카. 피스톨레스는 특별한 의미 없는 이름이지만 카리오카에는 뜻이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민의 총칭. 말하자면 디즈니가 보기에 브라질인은 곧 리우데자네이루인이었던 셈이다.

사실 브라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코파카바나와 카니발, 그리고 삼바와 축구거니와 이 모든 게 리우에 있다. 세계 최대의 축구장 마라카낭과 브라질의 랜드마크라 할 코르코바두 산 정상의 예수상을 포함해. 인구 900만명의 최대 도시 상파울루가 있지만 리우야말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도시라 할 만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리우에는 무장 갱단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가난과 범죄, 마약이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있다. ‘파벨라’라 불리는 슬럼가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린스는 거의 30년간 공권력도 감히 손대지 못한 이 범죄 소굴에 역설적으로 ‘신의 도시(City of God)’라는 이름을 붙였다.

린스가 실화를 바탕으로 1997년에 출간한 이 논픽션에 가까운 소설은 2002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리우 파벨라의 충격적인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마약과 살인 약탈 폭력이 범람하는 속에서 어린아이들까지 총을 들고 설치는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은 1960∼70년대로 설정돼 있었으나 실제로 2005년 리우 최악의 빈민가 로싱야의 마약 밀매조직은 어린이들로 구성된 행동조직 ‘어린이 여단’을 만들어 경찰을 향한 총격훈련까지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시티 오브 갓’이 브라질, 특히 리우의 치안에 위협적인 존재로 악명을 떨치자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을 앞둔 브라질 당국이 마침내 지난 13일 파벨라 점령 작전에 나섰다. 헬기와 장갑차에 군 병력까지 동원한 ‘군사작전’이었다. 작전은 군경이 호싱야와 비지갈을 무혈 장악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끝났다.

외신들은 ‘지역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중요한 걸음을 디딘 것’(뉴욕 타임스) 등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갱단 소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있다. 위생 교육 주거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치안 회복과 더불어 주민 생활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 리우의 그늘에 햇볕이 비치길 기대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