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 태국, 한국발 긴급기도를 기다립니다”… 구호활동 하태민 선교사, ‘SOS’ 이메일 보내와

입력 2011-11-15 17:33


“긴급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태국은 지난 3월부터 내린 비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안전과 선교사역에 지장이 없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태국 방콕의 동부 클롱삼아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GP선교회 소속 하태민(45) 선교사가 지난달 10일 보내온 이메일이다. 그때부터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이 이틀에 한 번꼴로 왔다. 태국 정부가 거의 매일 “오늘이 가장 위험한 날이다”는 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태국 북부지방에서 시작된 홍수는 방콕에 거주하는 하 선교사를 비롯한 현지인들에게 시시각각 공포로 엄습해왔던 것이다.

지난 2일엔 “이제 철수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는 짧은 내용의 이메일이 온 뒤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하 선교사가 사역하는 프라프리앙교회마저 물에 잠기고 만 것이다. 그러더니 1주일 만인 9일 다시 이메일이 왔다.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한번에 음식물 300개, 1.5ℓ 물 300통을 전달하는데 “내일 또 나갑니다”라는 걸로 봐서 구호활동은 이미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그때부터 거의 매일 도착하는 이메일엔 구호활동 내용과 사진이 담겨 있었다. 배를 타고 다니며 고립돼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과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것이다. 긴 장화를 신고 배에 탄 모습은 선교사라기보다 어부에 가까웠다. 구호작업 역시 간단치 않았다. 전기 감전이나 익사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구호물품을 너무 많이 싣는 바람에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겪었다.

가장 최근에 보내온 지난 13일 이메일에는 이렇게 돼 있다. “지금부터 진짜 물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듯합니다. 공무원, 경찰도 다 떠나가고 방송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물은 빠져나갈 기미를 안 보이고, 언제 전기가 끊어질지 모르고…. 인내의 시간입니다.”

하 선교사는 지난 2000년부터 태국 현지인 대상 문화학교 사역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