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원장의 소신과 감성적 편지

입력 2011-11-15 21:30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편지 한 장이 또 한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10·26 재보선 이후 학교 일에 전념하겠다던 그가 14일 사재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한·미 FTA 비준을 놓고 정부와 의회가 대립하고, 쇄신과 통합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해 끙끙 앓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일대 충격을 줬다. 국민들은 가슴 한 구석에 미진한 느낌을 가지면서도 그의 선택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안 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밝혔듯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보다 귀한 결단이 없다. 아무리 모범생이고 부자라도 1500억원을 출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선 후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재단 설립을 위해 내놓은 331억원과 비교하면 규모를 알 수 있다. 그는 용도에 대해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장학재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안 원장의 철학의 일단이 드러난 점도 의미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급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이고 보면 그의 생각 하나하나가 관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체제나 조세제도와 같은 구조적 개혁보다는 개인과 기업의 선의를 앞세운 것이다. “언젠가는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인생관도 눈에 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감성적 차원에 머문다는 것이다. 젊은이의 좌절과 실의에 공감하고 위로하면서도 그런 현실이 있게 한 사회적 조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자원의 편중된 배분을 질타하면서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지도자는 말랑말랑한 언어의 유희를 즐기기보다 확신에 찬 언어로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청춘콘서트를 하는 멘토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진 지도자가 다른 점이다. 국민들은 이제 안보와 경제 등 국가 주요 이슈에 대해 그의 생각이 담긴 편지를 받고 싶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 요량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