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회 방문] FTA 반대파 설득… 오바마 ‘발빠른 처신’-MB는 ‘뒤늦은 행보’

입력 2011-11-15 22:22

꼭 1년 전인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대표적 하원 의원 9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미국의 강기갑’이라 불리는 FTA 반대론자 마이크 미쇼드 민주당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에게 “노동 투자 금융 조항 외에 어떤 우려사항이 있는지 목록을 달라”며 설득했다.

미 의회가 한·미 FTA를 비준하기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은 집요했다. 원래 한·미 FTA에 반대했던 그는 수출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며 지난해 찬성으로 돌아선 뒤 1년 이상 반대파와의 ‘식사정치’ ‘전화정치’에 매달렸다. 정적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는 지난 6월 골프도 함께 쳤다. 자동차 노조와 축산업계 인사들도 만났고 무역조정지원제도(TAA)와 FTA 연계 문제로 막판 난항을 겪자 야당 대표와 직접 협상했다.

15일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설득’ 노력은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해 좀 늦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청와대 조찬 회동에서 협조를 당부한 뒤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미치 매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겐 직접 전화해 비준을 요청했지만 국내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여당에서조차 “우리한테만 얘기하지 말고 야당을 설득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지난달 13일 FTA 이행법안이 통과된 뒤 본격적인 설득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대화 채널이 부실한 탓에 순탄치 않았다. 청와대로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원장단을 초청했지만 야당 측은 불참했다. 국회 연설을 하려다 거절당해 서한으로 대신했다. 지난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 야당 중진 5명에게 전화하고 지난 9일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를 만난 게 거의 유일한

‘접촉’이었다. 한덕수 주미대사가 미 의원 245명과 488차례나 만났지만 국내에선 발 벗고 나선 측근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뒤늦은 시점과 부족했던 소통을 의식한 듯 이날 설득 방식은 여의도를 멀리해온 이 대통령 스타일에 비춰 볼 때 파격에 가까웠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