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MB 만남 반대에서 수용 선회… 원내대표단이 사전조율 없이 공표?
입력 2011-11-15 18:37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15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손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와도 안 만나겠다”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온다면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서로 입장이 달랐다. 결국 협상파 김 원내대표가 강경파 손 대표의 뜻을 꺾은 셈이 됐다.
하루 전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에게 “대통령이 오면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의사를 타진했다. 손 대표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손 대표는 같은 날 오전 11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을 만나 ‘오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용섭 대변인은 만남 직후 “내일 온다 해도 만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재확인했다. 손 대표의 입장은 밤까지 확고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사고’가 터졌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라디오에 출연해 손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 한·미 FTA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둘 모두 손 대표의 참석 의사를 최종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협상파를 대표하는 원내대표단이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 강경파 수장인 손 대표와 사전조율 없이 대통령 면담을 기정사실화해 버린 것이다. 손 대표 측근은 “원내대표단이 사전조율 없이 공표해 버렸다”면서도 “원래 대표와 원내대표는 이심전심으로 ‘오면 안 만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오는 걸 보니 분명히 새로운 제안을 들고 오리라 기대한 것인데 참석 입장은 서로 조율해 공식 발표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해야 면담 성과가 없어도 청와대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 엉망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면담 결정은 역풍 우려 때문으로 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까지 찾아왔는데 만나지 않으면 대통령은 노력하는데 야당이 어깃장을 놓는 모양새가 된다”며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