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정당’ 탈색 갑론을박하다… 한나라당 한 방 먹었다

입력 2011-11-15 22:20

한나라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거액 기부에 호평을 하면서도 당황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버핏세(부유세) 도입, 당사 폐지 등 ‘부자정당’ 색깔을 빼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갑론을박하던 사이 한나라당을 ‘응징’ 대상으로 지목했던 안 원장에게 크게 한 방 맞았기 때문이다.

친박근혜계는 대체로 담담하면서도 신중하게 반응했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과 선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의 기부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짧게 평가했다. 안 원장 기부를 ‘정치 행보’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제가 할 얘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편지 내용을 보면 보통 교수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고 과대평가하면서 호들갑 떨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격한 반응도 나왔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경험과 경륜으로 갈등을 다루는 자리다. 컴퓨터 커서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과 많은 사람을 다루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친이명박계는 안 원장의 기부를 높게 평가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민간의 기부가 돋보인다”며 치켜세웠다.

정 전 대표는 ‘안 원장의 대권행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본인 생각에 더 늦으면 힘들 거란 판단 때문에 결정을 내린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사재 500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던 그는 “우리(본인과 안 원장)는 ‘기부자 클럽’이라도 만들어야겠다”며 “(안 원장이)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민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이번 기부도 그런 대화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나눔의 헌신, 일파만파 울림을 부르는 진정한 내공, 한 사람의 땀과 눈물과 피의 결정체가 보석으로 빛나다”고 트위터에 극찬을 한 뒤 “(돈이) 있는 사람이 많은 한나라당으로서는 한 방 먹었다”고 밝혔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드디어 안 원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에게 제기됐던 비난 가운데 하나가 ‘알고 보니 재벌이더라’였는데 그런 부담을 털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