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500억 기부’ 안철수, ‘감동주기 행보’ 언제까지… 4·11총선이 ‘변곡점’ 될 듯
입력 2011-11-15 18:07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5일 출근길에 대학원 입구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전날 1500억원대 기부에 관해 묻자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책이나 강의에서 사회에 대한 책임과 공헌을 말해 왔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만 답했다. 정치적 함의를 담은 질문이 더 쏟아졌지만 더는 대답하지 않고 건물로 쏙 들어갔다.
이를 두고 그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철수식 겸손’이라고 재차 격려를 보내고 있다. 반면 그를 경계하는 진영에서는 특유의 ‘안철수식 치고 빠지기’라고 계산된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을 내비친다. 안 원장은 9월 초에도 홀연히 대중 앞에 나타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시장후보를 단박에 양보하는 ‘감동’을 보여준 뒤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틀 전에는 박 시장 캠프에 갑자기 나타나 ‘극적인 응원’을 한 뒤 돌아갔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감동 행보’ 또는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시의적절하게 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유지해 나가면서 대선 출마 등 고민의 시간을 더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도 안 원장 스스로 보궐선거 직후 “학교 일도 벅차다”고 밝힌 만큼 12월 말까지는 일단 움직일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내년 4·11 총선이 그의 행보와 관련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제3세력 결성 여부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후보등록 마감일(3월 23일)을 감안하면 앞으로 2∼3개월의 시간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자체 정당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신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 친박연대’처럼 당적 없이 ‘무소속 철수연대’와 같은 형태로 느슨한 정치모임을 형성해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교수 진영을 잘 아는 민주당 전직 의원은 “안 원장 주변 사람들 가운데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며 “안 원장 측이 총선 때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지나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안 원장 본인이 언제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가만히 있어도 1등인데 굳이 일찍 나와서 공격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철수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데, 왜 (빨리 등장하는) 실수를 하겠느냐”는 우스갯말도 돌아다닌다. 한 민주당 당직자도 “자꾸 안 원장더러 야권통합신당에 합류하라고 요청하는데 그게 도리어 ‘안철수 죽이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 본인도 네거티브 공세에 난타를 당한 박 시장 사례를 목도한 이상 출마하더라도 대선에 최대한 임박해서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때 돌아다니던 안 원장의 총선 출마설도 지금은 쏙 들어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박원순 시장 만들기’처럼 킹이 아니라 킹메이커로서 대선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안철수식 ‘아름다운 대권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