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부, 재계로 확산될까
입력 2011-11-15 18:29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절반가량을 기부키로 발표하면서 재계로 기부문화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2000년대 들어 ‘통 큰 기부’를 해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사재 5000억원을 해비치재단에 기부했다. 정 회장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사재 2000억원을 내놓기로 하는 등 현대중공업, KCC,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백화점 등 범(汎)현대가가 함께 5000억원 규모로 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2년 설립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통해 가족과 계열사가 공동으로 80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하지만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당시 “차명 재산 가운데 세금과 벌금 등을 뺀 나머지를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했던 약속은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금액은 대략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삼성 관계자는 15일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기부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기존 기부 형태와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고 올 연말 안에 발표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들의 기부가 사회로부터 환대를 받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기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경우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2013년까지 8400억원 상당의 사재 출연을 결정했고, 이 회장도 특검 수사 당시 기부를 약속했다.
지금까지 외부에 큰 돈을 기부한 적이 없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만간 통 큰 기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최근 최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기부가 자리를 잡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006년 자신의 재산 85%를 기부하기로 하고 이를 계속 지켜나가고 있다. 그의 기부 총액은 400억 달러(약 4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버핏은 이에 그치지 않고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부자 증세도 외치고 있다. 이른바 ‘버핏세’ 도입이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버핏세’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지금까지 약 300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 돈은 저개발국가의 복지와 교육개발 운동에 사용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