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그리스·이탈리아, 오늘은 스페인, 내일은 프랑스?… 유럽發 재정위기 돌고 돈다

입력 2011-11-16 00:19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기독교민주당(CDU) 연례 전당대회에서 현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이같이 진단했다. 메르켈 총리의 말처럼 국가를 옮겨 다니며 들불처럼 확산되는 재정 위기로 인해 유럽은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어제는 그리스·이탈리아가 문제였다면 오늘은 스페인, 내일은 프랑스 차례다.

◇돌고 도는 재정위기=AP통신은 “프랑스가 이미 AAA 국가의 위상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프랑스 차입 부담금은 AAA 등급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이미 실질적으로는 AAA 등급 국가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일 장중 3.6%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의 2배에 해당한다. 미국도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프랑스가 12개월 안에 AAA 등급을 상실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스페인 금융시장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전날 종가보다 0.2% 포인트 오른 6.3%를 기록했다. 전날 지난 8월 이후 처음 6%대를 넘어선 국채 수익률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경우 오는 20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국 혼란에 대한 우려가 다시 경제 발목을 잡는 것이다.

◇새 정부 약발 안 먹혀=새 정부 출범으로 반짝 기대감을 모으던 그리스와 이탈리아 문제 역시 해결 난망이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가 취임한 그리스는 새 내각 출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거국내각의 한 축인 신민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과도 정부가 제안하는 새 긴축 조치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등과 합의된 긴축 조치들은 지지하겠지만 과도 정부가 내놓는 새로운 긴축조치는 거부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탈리아 역시 마리오 몬티 새 총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 안정’을 보이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위험선인 7%를 다시 넘었다. 새 정부 출범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 때문이다. 몬티 총리 지명자는 내각 구성 전부터 각 당의 간섭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통화동맹인 유로존을 재정동맹을 거쳐 정치동맹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공동재정 정책을 세워 그리스·이탈리아 사태 재발을 막자는 취지지만 영국 프랑스 등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