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은행 “美 2012년 초 더블딥 가능성 50% 이상”

입력 2011-11-15 22:18

유럽의 위기가 전 세계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은 내년 초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가 넘을 것으로 예측됐고, 신흥국과 빈국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 더블딥 확률 ‘반반’=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1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내년 초 더블딥에 빠질 확률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미국 경제의 취약성 등을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유럽 재정위기를 제대로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고 예상하면서 “유럽의 한 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 잘 대처하면 이 같은 위험이 2013년에는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지난달 말 선물 중개업체 MF글로벌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한층 커졌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도 이날 지속적인 유로존 위기와 미국 건설경기 침체로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버핏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 이탈리아 정권 교체에도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로존의 무역량, 금융시장 연계성 등을 감안하면 미국이 면역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로 불안 확산=문제는 유럽과 미국의 악재가 신흥국과 빈국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짐은 경기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발표한 경기선행지수(CLI)를 보면 주요국 경제가 일제히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4개국 경기활동을 조사한 결과 9월 평균 CLI는 100.4로 집계돼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달보다 0.4% 포인트, 1년 전보다 1.3% 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CLI 100은 경기 확장과 위축의 분기점으로 그 미만은 향후 성장 둔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유로권은 8월 99.9였던 수치가 9월 99.1로 더 낮아졌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뿐 아니라 캐나다, 브라질, 중국, 인도 등도 100을 밑돌았다. OECD는 “지난 4월 이후 역내 경기 위축이 심화돼 왔다”며 “지난달과 비교해도 주요국 경제가 더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진국들이 2년간 저성장과 고실업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특히 빈국이 침체에 빠질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빈국들이 2009년의 식량위기에서 간신히 회복되는 단계라면서 따라서 세계 경제 위축이 이들을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을 ‘심각한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 빈국을 지원하기 위해 270억 달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진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