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올 줄 모르는 기름값… 한국경제도 비상등

입력 2011-11-15 22:14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국제유가 상승세는 거침없다. 우리 경제는 고유가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물가 불안이 가중되는 데다 수입이 수출을 앞지르면서 무역수지가 나빠졌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거꾸로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거꾸로 가는 국제유가=통상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원유 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14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38달러 오른 110.70달러에 거래됐다고 15일 밝혔다. 올 들어 국제유가는 1월에만 90달러대를 기록했을 뿐 내내 100달러 이상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103.54달러로 소폭 내려가기도 했지만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과 비교하면 현재 유가는 상식을 벗어났다. 2008년 141.33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금융위기 직후 세계경제가 불황에 진입하면서 연말에는 34.66달러까지 빠졌었다.

최근 유가는 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일까. 전문가들은 해답을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찾고 있다. 신흥국 경제가 7% 수준에 달하는 고속성장을 이어가다 보니 원유 수요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제외한 국가의 원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원유 소비 중 비OECD 국가 비중은 2007년 40.5%에서 지난해 47.2%로 늘고 있다. 비OECD 원유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 5.88%에서 올해 3.58%로 소폭 내리는 데 그칠 전망이다.

더욱이 공급여건도 나쁘다. IEA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8900만 배럴인 데 비해 공급은 지난해 8700만 배럴에서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밀려드는 ‘오일 쇼크’=우리 경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충격을 받고 있다. 이미 조짐은 물가에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0% 올랐다. 지난 4월 19.0% 이후 최대다.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결정타였다. 여기에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은 물가통계팀 임수영 과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바이유 가격이 30% 가까이 오르면서 전년 동기 대비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기획재정부는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 등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 불안 등으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무역수지도 걱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인 연구위원은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가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수입이 증가해 무역수지 흑자 폭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