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후원 첫 유학생 카마쇼군 "아프리카 빈곤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입력 2011-11-15 16:04
[미션라이프] 까만 얼굴에 깡마른 체구의 케냐 청년이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국제정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빈곤은 정치 탓이 큽니다. 정치가들이 부를 독점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빈곤은 난치병이지 불치병이 아닙니다. 정치 리더십이 바뀌면 아프리카도 바뀔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정치 부패 때문이라고 일갈한 이 청년은 한동대 경영학과 1학년생인 마잠파시 카마쇼(21)씨다. 케냐 오실리기 커뮤니티가 추천한 카마쇼씨는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첫 한국 유학생이 됐다. 한동대는 4년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를, 월드비전은 체류비와 항공료를 지원한다.
14일 서울 여의도동 월드비전회관에서 만난 그는 낯선 나라에서 이제 겨우 2개월 살았을 뿐이라고 보기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아프리카를 뒤집어 놓을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국제법을 함께 전공하고 있는 그는 “정치가는 법을 올바르게 해석해야 하고 경제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바른 정치인이 되기 위해 법과 경제를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낯선 곳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을 법도 한데 그는 거듭 “괜찮다”고 했다. 선교사 아들로 케냐에서 태어난 친구와 한 방을 쓰고 있는데다 한국인 친구들도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본 영화 ‘아바타’는 그에게 신세계였고, 찜닭이나 탕수육 같은 한국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한국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정도만 겨우 할 수 있다”고 쑥스러워하면서도 “하지만 영어 수업 덕에 공부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2003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카마쇼씨는 2009년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 4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공부에 대한 열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강한 성격의 카마쇼씨는 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 교회에서 리더로도 활동했다.
한국 생활에서도 신앙생활은 카마쇼씨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그는 “신앙이 날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며 “전에는 성경 지식을 얻기 어려웠는데 한국에 온 뒤 성경공부를 깊이 하게 되며 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지내는 카마쇼씨가 서울에 온 것은 월드비전 ‘후원감사의 밤 패밀리데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5일 서울 세종대 캠퍼스에서 열린 패밀리데이 행사는 카마쇼씨 인터뷰와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이었던 한비야 유엔 자문위원 강연회 등으로 진행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