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하나님은 선하시다(2) 김정하 목사 이야기

입력 2011-11-15 10:28


[미션라이프] 1960대와 70년대 청계천 판자촌 일대에서 도시빈민 선교를 펼친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81) 목사의 ‘역경의 열매’를 정리한 본보 종교국 후배 기자에게 한 목회자 사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빈민의 성자’로 불리는 노무라 목사는 ‘역경의 열매’란을 통해 죽은 뒤에 부부가 제2의 고향인 한국에 꼭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최미희입니다. 경기도 성남 샬롬교회 김정하 목사의 부인이지요. 노무라 목사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빈자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노무라 목사님 부부가 한국에 묻히고 싶다지요? 강원도 삼척 바닷가에 조그만 임야가 있는데 노무라 목사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그 땅을 기증하고 싶습니다.”

김정하 목사가 누구인가. 미자립 개척교회를 담임하면서도 한국컴패션을 통해 7명의 아이를 후원한 목회자다. 오직 더 많은 아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구두닦이까지 했던 그의 이야기는 본보에도 소개됐다. 나는 두 해 전 컴패션 관계자로부터 김 목사 부부 이야기를 들었다. 말과 혀가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목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 목사는 2010년 말부터 루게릭병이 발병되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해 크리스마스에 차인표 신애라 등 연예인과 컴패션 관계자들이 샬롬교회에 가서 감동적인 예배를 드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성자가 된 구두닦이 목사’의 아름다운 스토리였다.

최 사모의 전화를 받은 후배 기자는 노무라 목사에게 그 소식을 알렸다. 김 목사 부부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줬다. 노무라 목사 역시 감동하면서 “기꺼이 삼척의 그 땅에 묻히겠다”고 답했다. 사실 삼척 임야가 얼마의 가치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이 귀하다. 어쩌면 주위를 위해 모든 것 다 준 김 목사 부부의 마지막 소유가 아닐까도 싶다.

김 목사는 루게릭병 발병 이후 구두닦이를 할 수 없어 7명의 컴패션 후원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에게 구두를 닦으러 왔던 분들이 소식을 듣고 후원금을 꼬박꼬박 보내주고 있단다. 샬롬교회 헌금함에 ‘나는 컴패션(I am Compassio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긍휼의 사람들인가.

오직 주의 사랑에 겨워 60년대 척박한 한국 땅에 건너와 청계천 빈민들과 함께 산 노무라 목사 부부. 그리고 온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김 목사 부부는 이렇게 연결됐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랑의 사람들이다. 교회는 살아 있고, 하나님은 선하시다!

노무라 목사 부부는 언젠가 삼척의 바닷가에 묻힐 것이다. 하나님이 어느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딘가?”라고 물으실지 모른다. 그때, 천사들이 대답할 것이다. “삼척 바닷가의 바로 저 무덤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있지요.” 하나님이 대답하리라. “그래, 정말이다. 잘 맞췄도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