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뭐라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말라”… 250여 직원과 대화의 시간
입력 2011-11-14 22:09
“저보고 협찬 인생이라고 했죠. 대기업이, 안철수 원장이, 200만명 넘는 시민들이 협찬해줬습니다. 이번에 여러분이 협찬해줄 차례입니다. 협찬해주시겠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3시5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 4층 강당에서 시 본청과 사업소, 산하기관 5급 이하 직원 250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 시장은 시장과 공무원들 간 수평적 관계와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의 항공우주 방위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를 벤치마킹, 시 직원과의 ‘핫라인’을 15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직접 듣고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또 “시장이 뭐라고 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말라. 저도 쉽게 굽히진 않겠지만 토론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질문 시간에선 다양한 요구 사항이 쏟아졌다.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맡았던 한강사업본부 팀장은 “저희는 시장을 보고 일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 팀에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 시장은 “부서가 겹치기는 하겠지만 하루아침에 책상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성동도로사업소 소속 공무원은 “제설업무에 지나치게 적은 인력이 배치된다. 꼭 좀 읽어 달라”며 건의사항을 박 시장에게 서면으로 전달했다. 박 시장은 “의용소방대나 아파트관리사무소 등을 활용하고 주민 조직이 일부 제설 장비를 다룰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서수도사업소 한 직원은 사업소에도 기술직 팀장 직위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은 “인사에서는 조금 불리한 거 같은데 제 원칙과 반하는 게 아니어서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자문위원 54명으로 구성된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가 이날 공식 출범했다. 자문위원회는 정책전문가 33명, 시민사회 대표 14명,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7명으로 꾸려졌다. 여기에는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정책 부문을 맡았던 이들뿐 아니라 법조인, 기업인 등도 포함돼 있다.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자문위원회는 시의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는 일을 돕게 된다.
김경택 기자